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특정 질환에 대한 가족력이 있으면 ‘나도 걸릴까’ 하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겁낼 필요는 없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과 ‘가족력’ 중에서 유전은 막을 수는 없지만, 가족력은 노력 여하에 따라 관리와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족력이란 유전적 요인을 포함한 생활습관과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질병 중에서 가족력이 강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질환들을 살펴 본다.

◇고혈압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의하면 부모 모두 고혈압인 경우, 29.3%가 고혈압 진단을 받는다. 형제자매가 고혈압이면 57%가 고혈압이다. 부모보다 형제자매간의 가족력이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하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나트륨 과다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은 가족력으로 인한 고혈압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또 30대부터는 최소 1년에 한 번씩 혈압을 재서 혈압 상승을 초기에 파악하는 게 좋다.
◇당뇨병
국민 7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당뇨병도 가족력 영향을 받는다. 부모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본인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30~40% 이상 높아진다. 부모 중 한쪽만 앓아도 확률은 15~20% 정도 높다.
특히 당뇨병 가족력이 있으면 임신성 당뇨병의 발생은 170%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당뇨병은 올바르지 못한 식습관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다면 20대부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좋다. 혈당을 빠른 시간에 높이는 빵이나 과자, 탄산음료 등의 식품은 적게 먹고, 섬유소와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캐나다 맥매스터 의대 연구 결과 부모가 심장마비를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마비를 겪을 확률이 1.5배 높았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다면 30대 초반부터, 1년에 한 번씩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를 받고, 40대부터 1년에 한 번씩 심전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아토피 피부염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70% 정도는 가족력이 있다. 부모 모두 아토피피부염이 있으면 자녀의 80%, 부모 중 한 명일 경우 40~60%에서 아토피피부염이 나타난다. 국내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머니가 아토피피부염을 앓았을 때 자녀의 발병률이 아버지가 앓은 경우보다 높다.
아토피 피부염이 대물림 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는 아기일 때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권한다. 모유에 포함된 다양한 면역 성분이 아기가 균형 잡힌 면역력을 갖도록 해줘 아토피피부염을 억제해준다.
◇위암과 대장암
위암 가족력이 있으면 헬리코박터균을 철저히 없애고 담배를 끊어야 한다. 암 가족력만 있는 사람의 암 발병 위험은 2.9배지만, 가족력과 함께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은 5.3배, 흡연 경력이 있는 사람은 4.9배 발병 위험이 높다. 20대부터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확인해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규칙적으로 받으면 가족력에 의한 대장암 사망 위험이 70% 줄어든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가족 중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발병한 나이보다 열 살 일찍부터 2~3년에 한 번씩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 육류를 즐기는 가정이면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꿔야 한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유방암과 난소암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이 경우 약 20%에서 유전자(BRCA1·2) 돌연변이가 확인되는데, 캐나다 프린세스마가렛병원 연구 결과, BRCA 1·2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의 유방암 발병률이 50~85%였다.
미국에서는 유방암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면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을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거나 유방을 미리 절제한다. 모유 수유도 가족력 발병 억제에 도움된다.
난소암 역시 가족력이 있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으면 난소암 위험이 2배가량 높다. 어머니나 자매 중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난소암 발병 위험이 40%나 높다. 마찬가지로 난소암 가족력도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난소암은 임신·출산 경험이 많거나, 모유 수유를 오래 하는 등 무배란 기간이 길수록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
◇폐암·전립선암·담낭암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2~3배 높다. 가족력이 있는 10년 이상 장기 흡연자는 40세 이전부터 저선량 흉부 CT(전산화단층촬영)를 매년 한 번씩 찍어보도록 한다. 일반적인 흉부 X레이로는 초기 폐암을 제대로 찾아내기 어렵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4.5~8배 높다. 가족력이 있으면 보통 50세부터 받는 PSA(전립선특이항원)검사를 40세부터 받는다. 이외에 담낭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담석이 생기면 예방적으로 담낭을 절제하기도 한다. 담낭 절제술을 하지 않는 경우,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담낭암 검진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