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감기는 면역을 키우는 과정
감기는 아이가 가장 흔하게 앓는 병이다. 건강한 성인은 1년에 한두 번 감기에 걸리는 반면, 아이는 평균적으로 연 7~8회 정도 앓는다. 평균보다 몇 번 더 많이 걸린다고 해서 비정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한 번 감기에 걸리면 증상이 보통 10~14일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이가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부모는 1년에 한두 번 먹는 감기약도 조심스러운데, 작고 여린 아이가 연달아 오래 약을 먹는 모양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당연하다. 소아과 의사에게는 감기를 잘 치료하고 돌아간 아이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내원하는 일이 흔하지만, 보호자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면역력이 약해서 감기에 자주 걸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성인의 경우 환절기마다 감기에 잘 걸리고 다양한 감염성 질환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면 면역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의 잦은 감기는 면역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튼튼한 면역 체계를 완성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이다. 흔히 “아프면서 큰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면역 발달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아이들은 감기를 앓는 과정을 통해 면역 시스템을 점점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
적이지 않다. 생후 약 5~7개월이 지나면 점차 그 효과가 줄어들고, 이 시기부터 감기에 걸리기 시작한다. 이와 함께 중이염이나 장염을 자주 앓는 경우도 많다. 감기에 걸리면 몸은 바이러스와 싸우며 항체를 만들어 이후 같은 바이러스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즉 감기에 걸렸다가 낫는 과정을 반복하며 면역이라는 ‘든든한 군사’를 차근차근 키워 가는 것이다. 물론 감기에 안 걸리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감기를 앓는 것 또한 면역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잘 낫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면역 질환을 의심해 보아야 할 때
정말 면역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감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기의 항문 주위나 사타구니에 심한 염증과 고름이 반복되고, 폐렴이나 전신 감염이 잦다면 면역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대표적인 질환이 만성 육아종증으로, 백혈구가 세균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발생하는 매우 드문 유전 질환이다. 이런 아이들은 단순 감기보다 훨씬 심각한 감염을 반복하며, 항생제 주사나 항진균제 치료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감기에 자주 걸린다는 이유만으로 면역 이상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를 둔 보호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영양제를 먹여야 할까요?”이다.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아이가 세 끼 식사를 비교적 잘하고 과일과 유제품 등 다양한 음식을 고르게 섭취하고 있다면 굳이 영양제를 추가로 먹일 필요는 없다. 다만 식사량이 적고 편식이 심하다면, 전문의 상담 후 영양제의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항생제, 이렇게 오래 먹어도 될까
감기에 걸렸을 때 사용하는 약은 크게 증상을 완화하는 약과 항생제로 나뉜다. 열을 내리고 기침과 콧물을 줄이는 증상 완화제는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고 잘 놀고 잘 잔다면 꼭 복용시킬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고열로 축 처지거나 통증을 호소하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라면 증상을 완화해 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항생제는 단순 감기 치료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감기가 중이염, 기관지 폐렴, 축농증처럼 세균 감염으로 진행되었을 때 필요하다. 항생제는 세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거하지만, 불필요하게 자주 사용하거나 오래 복용하면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항생제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꼭 필요한 상황에서, 정해진 용량과 기간을 지켜 사용한다면 항생제는 아이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치료 수단이다. 다만 복용 중 발진, 구토, 설사,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