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ㅣ윤해영 기자
남성의 오르가즘(사정)은 종족 번식을 위한 직접적인 생리현상이다. 그러나 여성의 오르가즘은 임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쾌락의 극치일 뿐이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여성에게 왜 오르가즘이 존재하는가”를 두고 흥미로운 논쟁이 이어져 왔다.
여성만이 겪는 출산의 엄청난 고통에 대한 보상으로 신이 오르가슴을 선물해주었다는 말도 있었다.
오르가슴의 존재에 대한 대표적 가설들은 이렇다.
◇진화의 흔적, ‘부산물(Byproduct) 가설’
현재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론이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이 제기했다.
남성과 여성은 같은 배아 구조에서 발달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오르가즘은 그 ‘공통 설계’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 오르가즘을 일으키는 핵심은 클리토리스(음핵)이다. 음핵은 오직 성적 쾌감만을 위한 기관이지 생식·배뇨 기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음핵은 남성의 음경 귀두와 발생학적으로 같은 조직이다. 배아 단계에서 남녀의 외성기는 동일한 구조에서 출발하는데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음경이 발달하고, 여성은 음핵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진화학적으로 보면 남성 사정 기능이 먼저 선택 압력을 받았고, 그와 같은 신경·혈관 구조가 여성에게도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부산물 가설’이다.
과거 인류의 조상은 토끼나 고양이처럼 성관계 시 자극을 받아야 배란이 일어나는 ‘유도 배란’ 동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진화 과정에서 인간은 주기적으로 배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과거 배란을 유도하던 신경·호르몬 메커니즘이 ‘오르가즘’이라는 쾌감의 형태로 남아있다는 견해다.
남성의 젖꼭지가 생식과 수유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진화적 부산물로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번식의 전략, ‘정자 선택’ 가설(Partner selection)
오르가슴은 심리적으로 유대감이 깊고 만족감을 주는 파트너와 관계할 때 오느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여성의 오르가슴은 우수한 유전자를 선택하거나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제공할 파트너를 곁에 두게 하려는 장치라는 진화심리학적 해석이다.
여성의 오르가즘이 임신 확률을 간접적으로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오르가즘 시 발생하는 자궁의 리듬감 있는 수축이 정자를 난자가 있는 위쪽으로 더 잘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다.
◇유대감 형성, ‘옥시토신’의 역할
오르가즘을 느낄 때 뇌에서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이 대량 방출된다. 일명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은 파트너와의 신뢰와 애착을 강화한다.
아이는 성장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부모 사이의 강력한 유대감은 아이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요약하면 여성의 오르가슴은 남성 생식 기능의 진화 과정에서 함께 형성된 부산물인데, 이후 성적 보상과 정서적 관계 유지, 애착 강화 기능으로 보강이 되면서 인류의 생존과 번식에 기여해 온 아주 정교한 시스템이 됐을 것이라는 이론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을 제외한 많은 포유류에서 암컷의 오르가즘은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